Yearning
Y E A R N I N G
Nikola Eugenio with Rain Roman
기착하고 다시 이륙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였다.
항로는 먼저 해협을 건너 프랑스로 향하게 되어 있었다. 해상 비행의 위험은 대서양을 건널 때에나 감수해도 충분하다는 이유에서다. 유럽의 서쪽 연안을 따라 대륙 하나와 땅 가운데 바다를 스쳐 천 오백 마일 남짓 남하한 니콜라는 카사블랑카 외곽에 마련되어 있는 비행장에 잠시 내려앉았다. 최종 목적지는 부에노스 아이레스였는데, 도착해야 하는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기착은 짧았다. 니콜라가 조종석에 처박혀 있던 팔다리를 가볍게 풀고 진하게 내린 커피 한 잔으로 재개될 비행을 예비하는 동안 비행기는 간략한 점검과 연료 공급을 마쳤으며, 기상은 누명을 쓸 만큼 맑았다. 예정대로라면 거대한 바다 위를 날아가고 있어야 하는 시점이었다.
“젠장.”
몇 가지, 이미 몇 번이고 시도해 본 일들을 다시 한 번 반복해 보고 여전히 프로펠러가 돌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한 니콜라는 짧은 욕설을 이어붙였다. 겨울이 찾아오지 않는 대륙인 것도 아닐 텐데 오후내 햇빛의 내용이 무자비했다. 고개를 뒤로 젖히고 조종석에 쓰러지듯 드러누우면 열을 잔뜩 삼킨 기체가 이글거리며 달궈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니콜라는 팔을 들어 빛을 가리면서 부에노스 아이레스 시간에 맞춰 둔 시계를 흘겨보았다.
일곱 시간이 지났다.
구름 하나 드리운 게 없었고 바다도 모처럼 잔잔했는데, 적정 고도로 상승해 피부로는 느껴지지 않는 바람을 기체의 진동으로 가늠하고 있자니 이상하게 날씨가 수상했다. 모험가라면 뛰어들었겠지만 우편비행사라면 조금 선회해야겠다는 생각을 할 만한……, 그런 종류의 하늘이었다. 니콜라는 그다지 고민하지 않았다. 재촉하는 사람이야 많았으므로 니콜라 하나쯤은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게 균형이 맞았던 탓이다. 차라리 폭풍에 휩쓸린 거라면 짜증이 나지는 않았겠지. ……물론 무서울 틈까지 없었을 수는 있겠다만. 패기가 없고 도전을 모른다는 비난이면 모를까 무모했다거나 욕심냈다는 평가를 받을 행동이라고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차였다. 맹세코, 조종간을 조금 꺾은 게 다였다. 아무런 전조도 없이 계기판이 나갔다.
완만한 추락이었다.
낮은 하늘에 긴 꼬리를 그렸을 것이다. 불시착한 땅에 대한 자각은 즉각적이었다. 한 줌 움켜쥐면 손가락 사이로 빠져 나가는 고운 모래 위에 한참 바퀴를 끌었던 흔적이 남았다. 그나마도 지금은 바람에 도로 쓸려, 이제사 니콜라가 증거할 수 있는 건 복엽기의 머리가 서쪽을 향해 있는 것 그가 우편물을 우편기째로 탈취해 어디론가 모르는 곳으로 가려고 의도하지 않았다는 것 정도다. 니콜라는 의미 없이 문득문득 깜박이기만 하는 계기판을 쏘아보다가 워커를 신은 발로 사정없이 걷어찼다. 둔탁하게 쇠가 우는 소리.
이유를 모르겠다는 건 전지하지 못한 사람의 일생 어디에서나 자주 발생하는 일이었지만 다시 말하면 어딜 들쑤셔야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도 가늠할 수 없다는 뜻이었다. 뭐가 아주 끊어지거나 작살나거나 터져 버리지는 않은 것 같았지만 사막 한가운데서는 조금 새어나오거나 잠깐 들러붙었거나 살짝 미끄러진 것도 수습하기 쉽지 않다. 앞서 한 차례 비행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었고 기착지에서의 중간점검에도 달리 평소 같지 않은 점이 없었는데.
상비하는 공구상자를 들고 조종석에서 훌쩍 뛰어내리면 입자가 고와서 딛는 발을 미끄러트리기만 하고 빠트리지는 않는 모래가 발밑에 물결처럼 흐트러졌다. 비행 중에 니콜라는 거의 먹지 않는 편이었다. 일이 이렇게 되고 나니 커피 대신 식사를 해 둘 걸 하는 짧은 후회가 스친다. 그야 이제서 일곱 시간, 칠 일도 아니고 일곱 시간이 지났을 뿐이지만…….
니콜라는 수통에 남은 물의 양을 가늠한다.
길가에 잠시 세워 두고 가게에 들러 보급을 챙길 수는 없는 이동수단인지라 바스락거리는 종이봉투에 구색은 맞춰 담아 온 사과 몇 알에 빵 몇 조각은 둘째치더라도 가득 채워져 있던 수통에서는 찰랑거리는 소리가 나기 시작한 차였다. 이 바싹 마른 땅에서 낮을 몇 개나 버틸 수는 없을 거였다. 꿈쩍도 하지 않는 프로펠러 옆에서 조종사는 공구상자를 열고 지도를 펼친다.
어디라도 좋으니 신호를 붙잡아 줄 기지국이 있을까 해서 전신기에 한참 매달려 있었던 게 패인이었다. 이제 이 끝없는 지평선에도 해가 지기 시작할 시간이었고 장갑이 아니었으면 화상을 입을 만큼 뜨거운 기체는 머지 않아 한번도 녹은 적 없는 얼음처럼 차가워질 차례였다. 찌를 수 있는 것은 간지럽혀 보기라도 해야 했다. 그러고보니,
죽는다면 빠져 죽게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는 대서양을 건너기로 예정되어 있었다. 서쪽, 해가 수천 시간 동안 노을지기만 했을 것 같은 서쪽으로. 카사블랑카의 서쪽으로는 모두 바다였고 어디에도 사막은커녕 비둘기의 발을 쉬일 가지 하나 없을 것만 같은 바다였다. 우회하기 위해 비행기의 방향을 돌리다 모르는 새 모르는 바람에 휘말렸다는 게 제일 그럴듯했다. 쓴 사람이나 알아볼 법한 몇 가지 메모로 너저분한 지도를 기체 위에 펼치고 니콜라는 너트 몇 개를 꺼내 날아가지 않게 눌렀다. 시간과 해의 위치와 그림자와 추론은 니콜라에게 그가 어디 있는지 지도의 축척 위에 가늠해 볼 수 있게 했다. 그런데도 이곳은 이상하게 낯설고 꿈결 같아.
그림자도 없는 땅에 낯설지 않아 할 만큼 익숙하느냐면 그런 건 아니었으나…….
니콜라는 공들여 모서리를 갈아 낸 유리알 같은 모랫방울에 난반사되는 노을빛 사이에서 참을 수 없이 답답해진다. 고글을 이마 위로 밀어올렸다.
눈이 부셨다.
어쩌면 이 모든 것이 환상이고 니콜라 유제니오는 바다 한 가운데 빠져 허우적대며 발버둥치며 죽어 가고 있는 중인지도 몰랐다. 거의 흰 빛으로 보이던 노란 모래 물결은 분홍빛으로 핏빛으로 마침내는 거의 보랏빛에 가까워졌고 한참을 떨어져야 할 거라고 생각한 태양이 먼 곳의 다른 땅으로 기울어드는 것은 한순간이었다. 빛은 서쪽 하늘에 질긴 핏자국을 남기며 땅 속으로 추락하는 것처럼 보였고 이 삶 모두가 옛날 그 호숫가에서 죽어야 했던 소년의 꿈이어야만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니콜라는 헐떡인다. 분리해 낸 프로펠러를 모래 위에 내동댕이친다.
후회라면 시들어빠진 당근이나 그을음이 달라붙은 생선 튀김 같은 것 정도가 좋았다.
하지만 끝장날 거라면 이렇게 미지근해서는 안 됐다. 니콜라는 식기 시작한 기체를 걷어차고, 머리위로부터 드리워지는 밤에 덮이지 않게 모래를 파고들다가, 입술 한 번을 겨우 적시고, 제 분에 못 이겨 그대로 수통을 집어던졌다가 헐겁게 닫혔던 뚜껑 사이로 남은 물이 모래 위로 주륵주륵 쏟아지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 두어 모금의 물은 평생 흘린 눈물보다 많아 보였다. 그는 빠져 죽어야 했다. 자기 죽음은 일몰처럼 빠르고 밤처럼 가차없어야 했다. 아무 구원도 없고 어떤 보상도 없이.
아가미를 달고 태어나지 못한 생명답게.
……프로펠러에는 이상이 없었다. 그가 추락한 곳은 사막의 한가운데는 아니었으나 물 한 통 없이 선뜻 나서 사람의 걸음으로 무사히 어딘가에 닿을 수 있는 곳도 아니었다. 죽음까지도 찾아올 길이 멀고 더울 지경이었다. 이런 식으로 끝나서는 안 되는 건데. 니콜라는 잡히는 대로 채이는 대로 분을 쏟아 내고서도 목을 얽은 올가미처럼 끈끈하게 달라붙는 이 빌어먹을 것들을 마구잡이로 몸에서 남김없이 뜯어내 모래의 입에 처넣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애써 보는 것은 노력이나 희망이라는 말보다는 궁지에 몰리는 것에 가깝다.
해 볼 수 있는 일을 하나 하나 없애 나가는 짓일 뿐이다.
그러나 마침내 기다려 왔던 죽음이어도 숨을 몰아쉬고 팔다리를 허우적거리듯이 니콜라는 잠들지도 못했고 주저앉지도 못했다. 입으로만 슬퍼하고 타인의 눈 앞에서만 지쳐 있는 사람처럼 추락한 기체의 모든 부분을 열고 만지고 쓰다듬었다. 언뜻 스치는 모래 밟는 소리를 바람의 것이라고 생각했을 즈음에는 복엽기의 방향타를 조정하고 있었다.
흔들어 볼 만한 잎새 많은 가지도 틈새를 미끄러질 날카로운 협곡도 없는 땅에 바람이 유난이라고 생각했을 때였다.
열 두 시간, 아니…….
“당신도 지도를 만드나요?”
십이 년 만이었다.
*
니콜라는 훌쩍 자란 레인 로먼을 상상한 적이 있었다. 스스로도 그랬지만 남자애들은 어느 순간 갑작스럽게 그제서야 뿌리내린 가지처럼 하룻밤 지나면 한 뼘이 자라나는 경우가 있었는데, 로즈버리 거리의 구두닦이 소년이 며칠만에 정수리와 발목을 잡아 늘인 것처럼 커 버린 걸 보고 나서였다. 소년은 자신이 근래 자라기는 했지만 니콜라가 이 거리를 지나가는 건 자주 있는 일이 아니며 그 '며칠만에' 라는 건 실상 몇 개월에 걸쳐서 며칠만이라는 점을 피력했으나 니콜라는 이미 상상해 버린 뒤였다, 열 네 살의 레인 로먼 같은 것.
빈말로도 상상력이 좋은 편은 아니었다. 그때 우리는 어렸고, 니콜라는 레인을 거의 갓 태어나 걷기 시작한 사슴이나 막 날개를 말리고 첫 비행을 시작한 나비처럼 생각했고, 누군가의 손을 잡고, 아니, 그때 레인이 누군가의 손을 잡고 있었던가? 아니면 혼자였나? 아무튼 니콜라는 계단을 걸어 내려가는 그 작은 한 쌍의 발을 보고 있었고 그 때의 모습이 아닌 레인을 떠올리는 건 쉽지 않았는데……. 문득 갑작스럽게, 전혀 어렵지 않게 자연스럽게 성장한 소년을 떠올릴 수 있었다. 하기는 그 니콜라 유제니오마저도 스물 여섯 살을 넘어가고 있었다. 그의 소년도 얼마든지 어른이 되어 있을 나이였다.
"니콜라, 엄청 커졌네요."
그러나 상상에 공을 들인 노력이 무색하게 그의 흰 나비는 그 때의 모습 그대로였다. 손톱 하나, 그러니까 손가락 한 마디 만큼은 자란 것 같다가도 오히려 더 작아진 것 같기도 했다. 레인은 두 팔을 앞으로 쭉 뻗으며, 통 모자라다, 그러니까 니콜라가 커져서 충분히 끌어안기가 버겁다고 투덜거렸고 니콜라는 애써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너는 그 때 그대로야. 이대로 땅이 열려서 그대로 사라져 버려도 이상할 것 같지 않아. 너를 이대로 잡아다 우편이 가득 들어 있는 자루 속에 집어넣어서 가지고 돌아가면 다시 열 네 살의 니콜라 유제니오가 되어 있을 것 같기까지 해.
"……너는 하나도."
"또 울어요?"
"아니거든."
"거짓말."
하지만 봐줄게요. 기뻐서 울 수도 있으니까요.
듣는 사람이 누가 있다고 손으로 입을 가리고 속삭인 레인이 히, 하고 웃었다. 또 우는 게 아니라면 니콜라는 계속 울고 있는 것에 가깝다고 할 만 했다. 꼴사나운 얼굴을 가릴 생각도 하지 못한 채 니콜라는 눈을 피하며 달랑거리는 레인의 발을 내려다보았다. 이것까지 그대로였다. 니콜라는 복엽기의 날개 위에 레인을 올려 앉힌 참이었다. 마저 식지 못한 기체가 뜨거울까봐 처박아 둔 낡은 담요를 꺼내 깔고 겨드랑이 밑에 손을 넣어 훌쩍 들어올리자 레인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힘 세어졌어요? 하긴, 키가 이렇게 크니까. 니콜라는 입술을 벌렸다가 도로 다물었다. 니콜라 나를 번쩍번쩍 드네요!
레인은 가벼웠다. 날개 없이도 나는 것들처럼.
기억하는 바와 가장 극적으로 다른 것은 그 부분이었다. 아이를 안아 올려 본 건 까마득히 옛일이어서 보통의 무게가 이 팔안의 무게 남짓했는지 아니면 다소 모자라는지 그마저도 아니면 정말로 레인이 곧 터져 버릴 풍선처럼 가벼운 건지 구분할 수가 없었다. 레인은 여전히 환하고 따듯했지만 문득 니콜라를 알 수 없는 얼굴로 쳐다보았고 말을 잇지 못하는 순간에는 해가 진 하늘과 모래바다 어느 즈음의 반짝임에 시선을 돌리기도 했다. 니콜라는 어쩔 줄 모르고 어쩌지도 못했다. 낯설지 않았다. 니콜라는 불안했다. 이것은 재회가 아닐까봐.
일별일까봐.
우리가 잠시 스쳤을 따름일까봐. 니콜라는 붙잡아 보려고 했으나 레인은 자기 키와 비슷한 높이에서 가볍게 뛰어내렸다. 모래가 미끄러지는 소리도 나지 않았다.
"니콜라, 여긴 지금만 밤이네요. 늘 밤이 아니에요."
또?
니콜라는 굴러떨어지듯이 날개에서 내려왔다. 모래위에 내팽개친 프로펠러에 걸려 구를 뻔했다가 겨우 일어나면서 허우적거렸다. 조금만. 니콜라는 거짓말했다. 잠시만. 오는 길에 호수가 있었다는 말은 다르게 들리지 않았다. 또 다시 호숫가였다. 이 빌어먹을 모래사장에 또 물가가 있어서 땅이 열리고 너는 늘 밤인 곳으로 자라지 않는 곳으로 먼 곳으로 사람 걸음으로는 갈 수가 없는 곳으로 가는 것이다. 니콜라는 무작정 레인을 붙들었다. 나는 그때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게 해 주었었다는 생떼 같은 억지가 마구 목위로 솟아오르려 했다. 또 나를 떠나려 하느냐고. 언젠가는 다시 잡는다면 결코 놓지 않을 것이라고 서원한 적도 있었는데 내가 너를 또 보내야 한다고는 하지 말라고…….
"니콜라."
하지만 내가 네게 웃어 달라고 했었다는 걸 떠올리면.
니콜라.
그렇게 너는 웃는 법을 배우고 만 거였다. 아니 깨우친 것에 가까웠다. 사실은 알게 하고 싶지 않았어. 그건 네가 가지고 태어난 행복의 몫을 잘라내 가는 일 같았고 울지 않는 것이 나은지 울기라도 하는 것이 나은지 니콜라는 그때까지도 후회하는 것과 후회할 수도 없는 것 중에 무엇이 더 견딜 만한지 결정하지 못했으며 모든 세상은 내가 선택하지 않은 것이 더 좋은 것이라고 소리질렀다. 니콜라는 모르려고 몸부림쳤다. 고개를 마구 내저었다. 배우고 싶지 않았다. 어리광이든 이기적이든 선한 시절과 용기는 소모되었고 이제 니콜라는 자기 품 안에 레인을 완전히 감출 수 있었다. 세상 하나둘쯤 모르게 하는 것도 어려울 것 같지 않았다.
"그러니까 나는 조금 더 오래 기다릴 수 있어요."
나는 그럴 수 없다고.
너는 나 몰래 자랐고 키는 한 뼘에도 못 미칠 정도밖에는 달라지지 않았을 지 모르지만 내가 볼 수 없는 지평 너머를 보게 되었고 그동안 나는 더 이상 견딜 수 없다고. 정말로 어려운 것은 이별이고 기다림이고 기대였고 소망이므로 나는 이제 영영 그 손 놓은 줄을 모르고만 싶다고. 나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고…….
오아시스에 도착했을 때 무릎을 꿇은 채 니콜라는 맞잡았던 손끝을 물속에 밀어넣었다. 오랫동안 눈물 흘린 이마가 뜨거웠다. 수면에 얼굴이 비쳤다가 일그러졌다가 비치기를 반복한다. 그는 모든 것이 꿈이 아니며 그들은 약속했던 대로 재회했었고 마침내 마지막이 될 기다림까지 약속받았다는 것을 깨닫지만, 레인, 니콜라는 결심하는 사람처럼 중얼거린다. 나는 아주 오랫동안 갈증에 시달릴거야. 사라지지 않는 허기에 너를 다시 볼 때까지 슬퍼할거야. 외로움이나,
그리움이 으레 그런 것처럼.
그리고 그때에는 하염없이, 밀린 몫까지, 네가 웃어야 했던 만큼 울 수 있게 해야지. 네가 깨우친 그 모든 다정한 인사들을 돌려주어야지. 다시는 네가 먼저 내 손을 놓아야만 하게 만들지 않아야지, 네게 해 주고 싶은 수많은 말들을 아직 한 마디도 전하지 못했으니까……. 그리하여 그 때를 위하여 니콜라 유제니오는 자신이 감미로울 만큼 고통스러운 기다림 중에서도 살아가게 되리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마침내 말하지 않은 작별 인사를 흐드러지는 바람결에 전해들으며, 멀지 않은 곳에서, 모래 위에 내려앉는 복엽기의 프로펠러 소리와 함께…….